성적소수자
육우당
태초에 인간이란 존재는 쌍으로 붙어있었대. 머리 둘, 팔은 넷, 다리도 넷.
거만한 인간에게 분노한 제우스는 우르르 쾅! 번개를 내리쳐서 쌍으로 붙은 인간을 ‘뚝!’ 하고 떨어져나가 머리 하나, 팔 둘, 다리 둘이 되었지. 그때부터 우리의 고난은 시작됐어. 서로 떨어지게 된 인간은 남은 반쪽을 찾아 이리저리 남녀가 만나게 됐고, 어떤 때는 남자끼리 여자끼리 만나게 됐지. 그게 바로 우리들. 언제나 그늘처럼 존재해 온 우리들.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그들은 우리들을 멸시하고 우리들은 분노하고. 기가 막혀, 기가 막혀. 나머지 반쪽을 찾겠다는데 뭐가 그리 이상해. 우리들은 지극히 정상이야. 너희들과 약간 다를 뿐이지. 정 우리들이 역겹다면 제우스에게 따져. 오랜 세월 박해받아 온 우리들. 이제는 희망을 찾아 무지개를 휘날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성적소수자. 제우스의 번개로 내 반쪽 찾아다니는 아름다운 방랑자.
- 故 육우당 추모시집 “내 혼은 꽃비 되어” 중.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시)
제1회 육우당 문학상 공모 http://bomkot.ne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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