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우당 문학상 썸네일형 리스트형 [서울신문] “동성애는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문제… 이상한가요” 성 소수자 위한 ‘육우당 문학상’ 첫 당선자 이은미씨 “동성애는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문제… 이상한가요”성 소수자 위한 ‘육우당 문학상’ 첫 당선자 이은미씨 ▲ 성 소수자 위한 ‘육우당 문학상’ 첫 당선자 이은미씨 “야, 담탱이가 너 상담실로 오래.” 소년은 조용히 일어나 상담실로 걸어갔다. “야 이, 미친 자식아.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누구를 좋아해? 왜 남자가 남자를 좋아해. 너 변태야? 아니, 정신병자야? 왜 멀쩡한 애한테 입에 키스를 하냐고. 아이고 내가 더러워서 차마 입에 담을 수가 없다.” 단편소설 ‘깊은 밤을 날아서’로 22일 제1회 육우당 문학상 당선자로 선정된 이은미(사진·31·여)씨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의 주인공 소년과 ‘도련’은 뿌리 깊은 차별을 겪다 우여곡절 끝에 교제를 시작하는 동성애자다. 이씨는.. 더보기 제 1회 육우당 문학상 심사평 육우당이 떠난 지 10주기가 되는 해에 마침내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제정되었습니다. 어쩌면 조금 늦은 감도 있지만 아마도 그건 비로소 우리가 그의 삶과 죽음을 동시에 껴안을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육우당이 스스로 삶과 죽음을 뒤바꾸며 우리에게 남기려 한 것이 슬픔이나 좌절이 아니라 분명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가능하다는 열망과 의지의 메시지였음을 기억하려 합니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그의 살아 생전의 꿈을 ‘문학상’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의 꿈으로 나누려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첫 회라 많이 생소하고 작은 문학상에 63편이라는 기대치를 뛰어넘는 많은 작품이 들어와 놀랍고 기뻤고, 그래서 무엇보다 작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심사위원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더보기 [제1회 육우당 문학상 당선작]<깊은 밤을 날아서> 이은미 “오공육 둘, 칠오일 셋.” “칠공일구 다섯.” 여기, 소년과 나무가 있다. 소년은 길 건너 ‘로얄고시원’에 살고 있고 나무는 ‘여기’ 살고 있다. 사람들은 몸통에 621번 은빛 번호표가 박힌 나무를 가로수(街路樹)라고 부른다. 소년은 날마다 여기서 가로수인 나무와 지나가는 버스 수를 센다. “칠공이오 넷, 아니 다섯인가?” “이제야 오는군. 칠공육은, 둘.”이 ‘지루한 놀이’를 처음 하자고 한 건 나무였다. “뭐야! 방금 칠공이이 지나갔어. 왜 안세는 거냐?” “아, 미안 칠공이이 셋.” 소년이 버스 세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나무는 까칠해진다. 버스 세기는, 이 ‘지루한 놀이’는 나무의 유일한 취미인 것이다. 그건 그렇고 그게 언제였더라? 이 ‘지루한 놀이’를 시작한 건, 이 년 전 늦은 여름이었.. 더보기 [제1회 육우당 문학상 우수작]<병균> 이재영 “왜 나한테 온 거니?” 밖에 비가 온다는 이유로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내가 여자였기 때문일까. 경찰서 안은 남자들의 땀 냄새가 둥둥 떠다녔다. 나는 굳이 내 앞에 선 소년에게 땀과 함께 묻어나오는 짜증을 감추려 애썼다. 퇴근이 한 시간 남은 시점이었다. 소년의 손엔 검은색 접이식 우산이 들려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은 듯 작은 몸에선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소년이 거쳐 온 바닥마다 빗물이 고여 있었다. “경찰 아저씨들은” 소년이 잠시 고민하다가 단어 하나를 골라냈다. “무섭거든요.” 난 빗물에 잠긴 네 다크서클이 더 무서워, 얘, 하려다 꾹 참았다. 소년의 얼굴이 진짜 겁을 먹은 듯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이구나. 소심한 아이들은 참 다루기 쉬웠다. 이거 공무집행.. 더보기 [제1회 육우당 문학상 우수작]<아프로디테의 소년> 노랑사 다리 위에 서있는 남자의 모습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던 특정한 인물이 아니다. 단지 나의 감각을 자극시키는 신체적인 조건들을 충족한 하나의 대상일 뿐으로 우연히 나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남자의 셔츠위로 드러난 가슴 굴곡에 나는 셔츠 아래 가려진 그의 단단한 육체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의 넓은 어깨와 발달된 팔의 근육은 그를 견고하고 정밀한 하나의 구조물처럼 보이게 했다. 그 구조물 사이엔 내 몸의 구멍을 채우고 나를 희열에 차게 할 단단하고 거대한 물건이 달려있을 것 같았다. 그와 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의 육체가 내 시야에서 부피를 키워가면서 나의 욕망도 부풀었다. 하지만 나의 욕망과 그의 육체는 평행하는 운동이었다. 이내 허전함과 외로움이 그로부터 나를 차단하였.. 더보기 [제1회 육우당 문학상 우수작]<아직 말할 수 없어> 김현중 1 보도블록 위로 점점이 멍이 들기 시작했다. 초저녁부터 으스름이 깔리는가 싶더니 이내 비가 쏟아졌다. 혹시나 해서 들고 온 우산을 펼쳤다. 여름 더위가 아직 덜 여물었는지 바람이 제법 차갑다. 야간 자율학습도 빼먹고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집안에 들어서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후 다섯 시, 주택가 아이들의 목소리가 놀고 있었다. 주인도 못 알아보는 썰렁한 거실을 지나쳐 방으로 들어가 교복을 벗어 던졌다. 오랜만에 잡힌 약속이라 그런 지, 들뜬 기분에 설레어 그만 어수선하게 옷장을 뒤집고 말았다. 이리저리 여유 부릴 시간은 없었다. 청바지와 늘어난 티 하나를 걸치고,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대충 넘기다가 새까맣게 그은 팔뚝을 보았다. 축구를 할 때면 소매를 어깨까지 걷어 올리는 버릇 탓에, 여.. 더보기 [제1회 육우당 문학상 우수작]<아메리카노> 낌 청명한 여름이었다. 하늘은 시퍼런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았고, 흰 구름이 손가락으로 찍어 바른 양 툭툭 떠다니는, 그런 좋은날에, 나는 시원하다 못해 추운 카페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추워서 떠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제 곧 있으면 B가 올 것이고, 곧 닥칠 그 만남이 나를 혹독한 긴장에 몰아넣고 있었다. B는 7년째 함께인 친구이다. 중학교 1학년, 같은 반인 그 애를 처음 본 순간 토끼가 한 마리 떠올랐다. 피부는 분필가루마냥 하얗고 커다란 눈망울은 겁에 질린 토끼 같았다. 내가 나의 정체성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나는 내가 그녀에게 반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 애는 내 시선을 끌었다. 나는 그 애와 친해지려했고, 친해졌고, 그 만남은 지금까지도 순수한 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7년 동안 우.. 더보기 [제1회 육우당 문학상 우수작]<에스컬레이터가 좋더라> 외 모리 에스컬레이터가 좋더라 너와의 키 차이는 19센티 정도라서뽀뽀하는 순간마다 네 목이 안 아플까그래서 형은 말이야, 에스컬레이터가 좋더라 벚꽃 길 용기 주말이 피크라기에 남산에 가기로 했는데벚꽃은커녕 아직 추우니 기상청이 야속하다손잡고 걸을 용기가 벚꽃 길에선 날 텐데. 서점 서점은 책장이 많아 뽀뽀하기 좋더라.열심히 일하는 서점직원 이쪽으론 오지마요.간고등어 헬스책은 보지마요 내사랑. 영등포구청역 저녁으로 곱창 먹어서 냄새날 거래도당신 냄새 살 냄새 코 뭍고 맡고 싶어얼른 와요 내사랑 영등포구청에 있을게요. 치과 웃을 때 왼쪽 앞니 귀여워 죽겠는데그 앞니도 내꺼니까 교정 안하면 안 되나요하겠다면 그 전에 뽀뽀라도 많이 해요 더보기 제1회 육우당 문학상 심사결과 발표 제1회 육우당문학상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당선작 이은미(gooseborka), (소설) 우수작 모리, 외(시조)낌, (수필)김현중, (소설)노랑사, (소설)이재영, (소설) 선정되신 모든 분들에게 축하드립니다. 처음 열리는 청소년 성소수자 주제의 글쓰기 공모전에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참여해주셨습니다. 4월 1일부터 14일까지 접수를 받았고, 총 63편의 글이 들어왔습니다. 처음 준비한 문학상이어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숙고를 거쳐 문장이 나오기까지 주어진 한 달 여의 시간은 부침을 피할 수 없었고, 심사를 하기 위해 글을 음미하는 데 시간이 넉넉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학상에 대한 동인련 안팎의 관심은 컸습니다. 많은 분들이 문의해주시고, 직접 글을 써서 보내주시기도 했습니다... 더보기 [육우당의 일기] 2003. 04. 02. 수, 2003. 04. 03. 목 2003. 04. 02. 수 초등학교 6학년 때 안네의 일기를 읽었는데 그땐 문득 이상하게 여겨졌어. 안네가 말하는 '키티'란 대체 누굴까 하고. 나중에 키티는 안네가 생각하는 가상의 친구라는 걸 안 난 안네가 혹시 정신병자는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지. 하지만 오늘에서야 키티가 누구인지 깨달았단다. 바로 키티는 안네 자기 자신이라는걸.'또 다른 나'에게 키티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지 일기를 쓰는 나(안네)와 그 일기를 듣고 있는 또 다른 나(키티). 그래서 오늘부터 나도 '또 다른 나'와 대화를 시작하려 해. 그저 나 혼자 쓰는 일기가 아니라 나와 또 다른 나와의 '대화체 일기'를 쓰겠다는 얘기지. 난 너를 '이아(異我)'라고 부를게. - 故 육우당 추모집 “내 혼은 꽃비 되어” 중. 2003. 04. 0..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