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10. 08. 화
오후에 아버지와 성모자애병원 신경정신과에 갔다. 잦은 가출과 학교생활부적응 때문이다. 나는 이성애자 기피, 아버지에 대한 증오, 조울증, 단체생활 혐오... 기타의 이유로 예전부터 신경정신과에 가보고 싶었으나 가지 못했는데 최근에도 가출 후 학교를 계속 나가지 않아서 급기야 이렇게 병원에 간 것이다.
담당 선생님이 아버지에게 “이 곳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이성애자가 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혹시 그런 기대를 하고 오신 건가요?” 라고 했다. 의사 말이 맞다. 난 이성애자가 될 수 없을뿐더러 되고 싶지도 않다. 간단히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했다. 내일은 9시 30분까지 또 병원에 가야한다. 심리검사는 2시간 넘게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난 내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른손잡이가 있으면 왼손잡이가 있는 것이고 이런 길이 있으면 저런 길도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가장 많이 다니는 길'을 걷는다면 난 단지 ‘인적이 드문 길'을 걷고 있는 것뿐이다.
- 故 육우당 추모집 “내 혼은 꽃비 되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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