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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육우당 10주기 추모문화제/'시인' 육우당의 작품들

[육우당의 일기] 2003. 04. 10. 목, 2003. 04. 12. 토


2003. 04. 10. 목


이아야. 난 오늘부터 내 여섯 친구 중 하나인 ‘묵주’와 절교하고, 대신 ‘액세서리"를 세 친구로 만들었어. 이 말은 곧 가톨릭을 버리고 새로운 신앙을 갖겠다는 뜻이지. 바로 ‘도교’야. 오늘부터 나는 장자를 섬기며 도교인이 됐거든. 장자의 말씀은 방황하고 혼란스러운 내 영혼을 오아시스를 만난 듯 새롭게 일깨워 줬거든.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장자의 말씀은 내게 귀감이 됐단다.


술,담배, 수면제, 파운데이션, 녹차, 액세서리는 내게 황홀함과 우울함을 동시에 안겨주지. 친구란 바로 이런 존재라고 생각해. 어느 게 좋고 나쁘다고 말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난 생각해. 그건 단지 느낌일 뿐이거든. 이성애냐 동성애냐를 따지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단지 느낌이 끌렸을 뿐인데 좋고 나쁨이 어디 있겠니.


- 故 육우당 추모집 “내 혼은 꽃비 되어” 중.





2003. 04. 12. 토


이아야. 오늘 시청에서 또 시위를 했어. 하지만 또 짜증나는 경찰들 때문에 평화행진을 못했단다. 정말 열 받아. 그리고 다시 가톨릭을 믿기로 했어. 난 가톨릭을 벗어나서는 살 수가 없어. 여러 번 비교 했지만 얼마 못가 다시 가톨릭 신자가 됐지. 하느님의 뜻일까? 

어쨌든 난 회계의 기도와 묵주기도를 했어.


- 故 육우당 추모집 “내 혼은 꽃비 되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