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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육우당 10주기 추모문화제/'시인' 육우당의 작품들

[육우당의 일기] 2003. 04. 08. 화, 2003. 04. 09. 수


2003. 04. 08. 화


나의 반쪽이 이아야. 오늘 아침 일찍 동대문에서 J누나를 만났단다. 이번 주 토요일에 있을 대규모 파병철회 집회 때 쓸 매우 커다란 무지개를 만들 재료를 사기 위해서였지. 밤 늦게가 되어서야 겨우 다 만들었어. 

그나저나 큰일이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동성애 사이트를 유해매체물에서 삭제하는 걸 강력히 반대했거든. 물론 예상은 했지만 한기총이 워낙 세력이 강해서 잘못하다가는 동성애 사이트가 유해매체물에서 삭제되지 못할 수도 있거든. 그런데 기분 나쁜 건,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가 동성애자들을 마치 죽어서 지옥에나 갈 흉악한 무리인 듯 성명서를 썼다는 점이야. 정말이지 짜증나. 예수님은 분명, 원수도 사랑하라고 가르쳤는데, 그런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들이 고귀한 인권을 유린하고 마치 자기네들이 하느님인양 설쳐대니까 말야. 

중세 유럽 때 성경에 조금만 위배되는 사람은 모두 악마로 몰아붙여 화형시켰지. 유태인, 왼손잡이, 자위행위를 한 자, 동성애자는 모두 악마로 간주됐어.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유태인과 왼손잡이를 악마라고 한다면 그건 말도 안되는 헛소리겠지. 근데 왜 동성애자는 아직까지도 '악마'라고 여기는 건지 이해가 안 돼. 

무려 500년 이상이나 뒤쳐진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웃기지 않니?


- 故 육우당 추모집 “내 혼은 꽃비 되어” 중.




2003. 04. 09. 수


이아야. 내가 죽기 전에 '동성에 해방'을 볼 수 있을까? 

아마도 못 보겠지? 하지만 난 실망하지 않아. 비록 내가 살아생전에 동성애 해방을 볼 수 없다고 해도 후손들이 지금처럼 괴롭게 살지 않는다면 그것으로도 기뻐. 다음 세대의 이반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기 위해선 동성애자인권운동가들의 고생이 필요한 거야. 하지만 괜찮아. 동성애 해방이 온다면야.


과거 독립운동가들은 조국 해방을 꿈꾸듯 지금의 동성애자 운동가들은 동성애 해방을 꿈꾼단다.


- 故 육우당 추모집 “내 혼은 꽃비 되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