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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오마이뉴스] "'차별금지법' 법안 철회 자체가 초유의 사태"

"'차별금지법' 법안 철회 자체가 초유의 사태"

시민단체 항의 기자회견 "반드시 법 제정"
▲  지난 18일 <오마이뉴스> 보도로 민주통합당 김한길 의원과 최원식 의원의 '차별금지법' 철회 방침이 밝혀졌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와 평등이란 헌법의 양대 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야 할 국회가 일부 세력의 반대를 이유로 법안을 철회하려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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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25일, 한 소년이 목숨을 끊었다. '육우당'이라고 불린 소년은 마지막 편지에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한국 사회와 일부 기독교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로부터 10년, 성소수자들은 보수 기독교단체 등과 또 한 번 싸우고 있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지만, 반대세력의 집단 행동에 '법안 철회'라는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 모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은 기자회견 내내 거듭 "참담하다", "비참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시민단체들은 노무현 정부시절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국회(민주통합당 김한길 의원과 최원식 의원,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에서 우리와 소통 없이 법을 발의했지만 '꼭 제정하겠다'는 진정성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지난 3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뜻을 밝힌 것 역시 반가운 소식이었다.

조 변호사는 "그런데 지난주 목요일(18일)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서야 김한길 의원실과 최원식 의원실에서 법안 철회를 추진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것도 우리와 전혀 소통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한길 의원실에서는 '(법 제정을) 포기한 게 아니라 통과를 위해 전술적 방법을 고민했고, 앞으로 책임감 있게 가져가겠다'고 하는데 법안 철회 자체가 초유의 사태"라며 "법에 있지도 않는 내용을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법안을 철회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 했다"고 비판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조광수 감독 역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의원실이 차별을 조장하는 사람들의 압력을 받아 법안을 철회한다는, 인권 후퇴적 상황"이라고 평했다. 김 감독은 "차별하지 말자는 건 인간의 기본으로, 헌법을 거론을 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라며 "그 차별을 하지 말자는 기본적인 법안도 만들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릇된 종교적 신념이 민주주의 흔들 수 없어"

▲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와 평등이란 헌법의 양대 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야 할 국회가 일부 세력의 반대를 이유로 법안을 철회하려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 대표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조광수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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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본 날 깊이 잠들 수 없었고 지금 이순간도 마찬가지"라며 "더군다나 법의 의미를 훼손하고 왜곡하는 세력이 종교인이고, 기독교가 앞장섰다는 데에 너무나 참담하다"고 밝혔다. 임 목사는 "한 사람의 목사로서 사죄드린다"며 "기독교 배경으로 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신권(神權)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릇된 종교적 신념이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을 흔들 수는 없습니다. 애써 발의한 법안을 누군가 '컹' 짖었다고 꼬리 내리는 일이 19대 국회에서 또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 이번에 후퇴하면 모든 인권 관련 조례와 규칙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습니다."

염형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변호사)는 "우리나라 최고법인 헌법의 양대 가치가 자유와 평등이며 국회는 그 가치를 보장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는데, (차별금지)법을 철회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김한길 의원은 유력한 당 대표 후보인데, 그가 이러면 누가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보장하겠냐"며 "보수기독교단체만 국민으로 보고, 소수자는 아닌 걸로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어 "둘 다 같은 국민"이라며 "어떻게든 법을 관철시켜 차별을 막는 게 국회의원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동성애 등 개인취향을 법규화하는 것은 독소조항"

이날 기자회견 장소인 국회 정문 앞 한 쪽에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1인시위가 진행 중이었다. '차별금지법반대범국민연대' 회원인 고명희(43)씨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우리도 의견을 피력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고씨는 차별금지법 반대의 이유로 "독소조항"을 꼽았다. 정치적 성향과 전과, 성적 지향, 종교를 두고 차별하지 못하게 한 법 조항은 "개인 취향인데, 법으로 (차별금지라고) 정하면, (그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고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고씨는 또 "동성애자나 저나 같은 인간으로 존엄, 가치 등을 주장할 권리는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차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